1. 내가 사랑하는 것들

세상에 좋은 것들은 많기도 하다.

죽기 전에 반이라도 즐겨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나의 작은 생활들이다.

누군가는 문학을 목매달아 죽어도 좋을 나무라고 불렀다.

나는 죽을 만큼은 아니라도, 그 언저리까지는 좋아한다.

안개처럼 마음을 떠도는 불투명한 생각들을 단단한 문장으로 엮어 내리는 것,

누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걸 훔쳐보는 느낌이다.

앞문장과 뒷문장이 서로 필요한 문단을 좋아한다.

작가의 천재성에 놀라는 것을 좋아한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보며 경탄하는 것을 좋아한다.

락이 좋고 밴드 음악이 좋다. RHCP를 좋아한다.

너바나를 좋아한다. 지미 헨드릭스를 좋아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죽었던 많은 사람들이 좋다.

오래 산 음악들, 삼백년 전이든 지금이든 눈물을 흘리게 하는,

언어 이전의 어떠한 의지 혹은 감정,

모호함이 반가울 때가 있다.

말할 수 없는, 잡히지 않고 베이지 않는 것들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영원히 들을 수 있다면 불멸할 것이다.

잘 맞는 사람과 단둘이 두런두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이 더욱 소중하다.

내 모든 것을 터놓고 보여줄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래도 누군가와 같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면, 잘 통하는 사람이 좋다.

나의 냉소에 어설픈 긍정보다는 냉소로 답해주는 사람이 좋다.

세상과 그 자신 사이의 온도차가 있는 사람이 좋다.

많은 사람들과 어긋나는 사람이 좋을 때도 있었다.

내 뜻이 온전히 전달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나를 울게 하는 것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일 수밖에 없다.

내가 무엇을 잃었을 때 울게 되는지를 보면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던 지를 알 수 있다.

나는 마지막으로 언제 울었나.

죽을 때 까지 많이 울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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